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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도로 경의선과 철도 동해선을 폭파했다. 앞서 4년여 전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또다시 우리 세금으로 지어놓은 시설물을 파괴한 것이다. 북한의
1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경의선 도로는 이날 오전 11시 59분께, 동해선은 낮 12시 1분께 폭파가 이뤄졌다. 경의선 도로는 MDL에서 북쪽으로 약 10m 떨어진 곳부터 약 60~70m 구간을, 동해선은 약 40m 구간을 각각 폭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번 폭파 이후 방어축성물을 짓는 등 요새화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9일 보도문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이미 차단된 경의동해선 굳이 또 폭파
북한이 이러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최근 우리 군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 정보를 수집했다고 북한이 주장하고 있고, 국내 일부 정치인들도 이에 대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고 있다. 남북한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선제적으로 불만을 표하고 도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말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보고 ‘통일’과 관련한 개념을 지우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북한에는 통일과 관련한 노래나 활동 등이 전방위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남북을 연결짓는 육로도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경의선 도로 인근에 나뭇잎 지뢰를 살포했고, 같은 해 12월 동해선에 지뢰를 매설하는 등 육로를 차단하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해 왔다. 경의·동해선 외 남북 연결 육로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화살머리고지 통로도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하지만 그보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책적인 방향성이 더 큰 이유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부터 '통일'이라는 개념을 지우고 있다. 물리적으로 남북한을 연결하고 있는 경의선과 동해선을 굳이 폭파하고 나선 것도 북한 주민들에게 이같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일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평양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수도 평양의 남쪽관문에 꼴불견으로 서 있는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평양 지하철은 통일역에서 모란봉역으로 바뀌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왜 뜬금없이 '통일' 지우기에 나섰나?
김정은 쿠데타 걱정해 '당 우선주의' 채택
이일규 前참사 "김정은, 쿠데타 걱정해 '당 우선주의' 채택"
북한전문가들은 통치체제의 불안정성을 지적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지난 9월 27일 주최한 '김정은 실정 평가와 북한 체제 변화 전망' NK포럼에서 이일규 전 쿠바 북한대사관 참사는 "김정은 정치의 '규율'과 '기강 잡기'에 비례해 전반적 민심은 김정은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며 "간부들 연속 경질, 좌천으로 측근 포함 엘리트 계층의 불만과 불안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남북연락사무소 이어 또? 1800억원 공중분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육로 연결 사업에는 우리 정부의 현물 차관이 지원됐다. 차관 규모는 2002~2008년에 걸쳐 1290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 1800억원)에 달한다.